2026시즌 F1 파워유닛 규정은 2014년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린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로 꼽힌다. 엔진 배기량이나 실린더 구성이 아니라,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만들어내는 출력의 ‘비율’ 자체가 재설계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2026년부터는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이 사실상 절반씩 힘을 나눠 쓰는 50:50 하이브리드 체제로 전환되고, 여기에 100% 지속가능 합성연료가 의무화된다. 이 두 변화는 따로 떨어진 규정이 아니라,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함께 설계된 조합이다.
왜 하필 50:50인가
2026년 파워유닛은 1.6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구조를 유지하지만, MGU-H가 삭제되고 내연기관 출력은 400kW 수준으로 낮아지는 대신 전기 모터 출력은 350kW까지 확대돼 ICE와 전기 출력 비중이 사실상 50대50에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F1 파워유닛은 내연기관이 절대적인 출력 비중을 차지하고, 전기 시스템은 보조적인 역할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전기 모터가 랩타임 전체 출력에서 약 절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사실상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이 대등한 파트너로 재편된다. 이는 F1 역사상 가장 전기 의존도가 높은 파워유닛으로, 효율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변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회수하던 MGU-H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도 눈에 띈다. MGU-H는 성능 기여도에 비해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개발 비용이 높다는 지적을 오래 받아온 부품으로, 이를 걷어내는 대신 전기 모터의 순수 출력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규정이 단순화됐다.
합성연료가 의무화되는 이유
전기 출력 비중이 커진다고 해서 내연기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F1은 내연기관을 계속 사용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있고, 그 열쇠가 바로 100% 지속가능 합성연료다. 이 연료는 원유가 아니라 바이오매스 폐기물이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합성되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연료 생산 단계에서 흡수한 양으로 상쇄한다는 개념을 따른다.
즉 50:50 하이브리드가 ‘전기로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축이라면, 합성연료는 ‘남은 내연기관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축이다. F1이 두 규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이유는, 전동화만으로는 모터스포츠 특유의 엔진 사운드와 내연기관 기술력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해야 하지만, 합성연료를 결합하면 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제조사들이 뛰어드는 이유
규정 개편은 참가 제조사 확대로도 이어졌다. 2026년 F1은 메르세데스와 페라리 외에 아우디가 새롭게 합류하고, 혼다는 애스턴마틴과 함께 공식 복귀하며, 레드불은 포드와 손잡고 자체 파워트레인을 운영한다. 완전히 새로운 규격의 파워유닛이라는 점은 모든 제조사가 사실상 동일한 출발선에서 개발을 시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 강자들이 쌓아온 개발 노하우의 격차가 일부 리셋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신규 제조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드라이빙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전기 출력 비중이 커지면 배터리 에너지 관리가 랩타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앞서 다룬 액티브 에어로, MGU-K 오버라이드 역시 결국 이 50:50 파워유닛 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직선에서 드래그를 줄여 에너지를 아끼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를 추월 순간에 몰아 쓰는 구조 전체가 전기 출력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설계다. 결국 2026년 파워유닛 규정은 액티브 에어로나 오버테이크 모드 같은 다른 변화들의 근본 전제가 되는 셈이다.
정리
2026년 F1 파워유닛의 핵심은 단순히 ‘전기 비중을 늘렸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MGU-H를 걷어내 구조를 단순화하고, 전기 모터 출력을 대폭 키워 내연기관과 대등한 비중으로 맞추고, 남은 내연기관은 합성연료로 정당화하는 세 가지 결정이 맞물려 있다. 이 조합이 실제 레이스에서 어떤 사운드와 속도, 전략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차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