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머신의 휠 옆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일반 승용차에서 보던 것 같은 코일 스프링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F1엔 서스펜션 스프링이 없다”는 말이 종종 돌아다니는데, 정확히 말하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없는 건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의 코일오버 스프링일 뿐, 스프링의 역할을 하는 부품 자체는 차체 안쪽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그 정체가 바로 토션바다.
왜 코일 스프링을 쓰지 않을까
일반 승용차는 휠 바로 옆에 코일 스프링과 댐퍼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를 쓴다. 하지만 F1은 오픈휠 구조에 극단적인 공기역학 성능이 요구되는 차량이다. 휠 옆에 부피가 큰 코일 스프링을 그대로 노출시키면 공기 저항이 늘어나고, 바디워크 설계의 자유도도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F1은 스프링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부피는 최소화하고, 위치는 공기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차체 안쪽으로 옮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물이 노즈 안쪽에 감춰진 토션바 서스펜션이다.
토션바는 어떻게 스프링 역할을 하나
토션바는 얇고 긴 금속 막대인데, 코일 스프링과 똑같은 스프링강으로 만들어진다. 원리는 이렇다. 막대의 한쪽 끝은 고정돼 있고, 반대쪽 끝에 회전하는 힘이 가해지면 막대 자체가 비틀리면서 그 반발력으로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만들어낸다. 이 비틀림 반발력이 코일 스프링의 압축·인장 반발력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즉 모양만 다를 뿐,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스프링이 하는 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막대 형태이기 때문에 좁고 긴 노즈 콘 안에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게 결정적인 장점이다.
휠의 움직임이 토션바까지 전달되는 경로
휠이 연석이나 노면 요철을 밟으면, 그 충격은 바로 토션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먼저 대각선으로 뻗어 있는 막대 구조물인 푸시로드가 이 움직임을 받아낸다. 위시본이 위아래로 움직이면 여기 연결된 푸시로드가 그 힘을 안쪽으로 밀어 넣고, 이 힘은 로커라는 지렛대 구조를 거쳐 최종적으로 토션바를 비트는 힘으로 변환된다. 정리하면 ‘휠 움직임 → 푸시로드 → 로커 → 토션바 비틀림 → 반발력 → 다시 휠을 노면으로 밀착’이라는 하나의 연쇄 작용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참고로 이 구조물이 노즈 위쪽으로 뻗어 있으면 푸시로드, 아래쪽으로 뻗어 있으면 풀로드라고 부르는데, 두 방식 모두 지금까지 F1에서 함께 쓰이고 있다.
이 구조가 등장한 배경
이 방식이 처음부터 표준이었던 건 아니다. 1970년대 들어 다운포스가 커지면서 서스펜션이 버텨야 하는 하중이 급격히 늘어났고, 더 단단한 스프링이 필요해졌다. 문제는 스프링 레이트를 높일수록 코일 스프링 자체의 부피와 무게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이때 로터스가 처음으로 풀로드 구조를 도입하면서, 스프링과 댐퍼를 차체 안쪽으로 옮기고 대신 얇은 로드로 힘만 전달하는 지금의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이후 다운포스가 더 커지면서 상부 위시본이 받는 하중 부담을 나누기 위해 푸시로드 방식도 함께 발전해왔고, 두 방식은 지금까지도 팀의 설계 철학에 따라 선택적으로 쓰이고 있다.
정리
F1에 스프링이 없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정확히는 코일 스프링이라는 익숙한 형태가 사라졌을 뿐, 토션바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차체 깊숙한 곳에서 똑같은 물리 법칙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라, 공기역학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형태만 바꿔 숨어 있는 것이다. 다음에 F1 머신의 노즈 콘을 볼 때는, 그 안에 코일 스프링 못지않게 정교한 비틀림의 물리학이 감춰져 있다는 걸 떠올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