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피트스탑에서 4개의 바퀴를 모두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초 안팎이고, 역대 최단 기록은 1.8초대까지 나온 적이 있다.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시간보다 짧은 이 순간에, 크루는 낡은 타이어를 벗기고 새 타이어를 끼운 뒤 완전히 고정까지 마쳐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단순히 크루의 숙련도 때문만이 아니라, 휠건이라 불리는 에어건과 휠너트 자체의 설계가 이 극단적인 속도에 맞춰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왜 너트 하나로 바퀴 전체를 고정할까
일반 승용차는 바퀴 하나를 고정하는 데 보통 4~5개의 러그너트를 쓴다. 하지만 F1 머신은 바퀴마다 딱 하나의 중앙 고정 너트만 사용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너트 개수가 늘어날수록 크루가 손으로 하나씩 조이고 확인해야 할 지점이 늘어나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F1은 대신 이 단 하나의 너트에 훨씬 강한 체결력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택했고, 그만큼 이 너트 하나가 버텨야 하는 하중과 회전력은 일반 차량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진다.
에어건이 순간적으로 큰 토크를 내는 원리
휠건은 압축 공기나 질소를 이용해 임팩트 드라이버 방식으로 회전력을 만들어낸다. 일반 전동 드릴처럼 모터가 지속적으로 회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 해머가 짧고 강하게 타격을 반복하며 순간적으로 매우 큰 토크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 방식의 장점은 너트를 풀거나 조일 때 필요한 최대 힘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루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부터 너트가 완전히 풀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채 되지 않는다.
나사산이 특수하게 설계된 이유
여기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 나사산의 방향이다. 차량이 달릴 때 바퀴의 회전 관성 때문에, 만약 모든 바퀴의 너트가 같은 방향으로 나사산이 파여 있다면 주행 중 진동으로 너트가 서서히 풀리는 방향으로 힘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F1을 포함한 많은 레이싱카는 좌우 바퀴의 너트 나사산 방향을 반대로 설계한다. 왼쪽 바퀴는 정방향, 오른쪽 바퀴는 역방향으로 나사산을 파서, 회전 관성이 오히려 너트를 더 단단히 조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초고속 코너링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레이스 내내 너트가 스스로 풀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너트와 휠 허브가 맞물리는 접촉면 자체도 일반 볼트보다 훨씬 짧고 굵게 설계된다. 나사산이 길면 그만큼 완전히 조여지기까지 회전수가 많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F1용 너트는 최소한의 회전만으로 최대 체결력을 낼 수 있도록 나사산 피치와 길이가 극단적으로 최적화돼 있다.
실패하면 벌어지는 일
이 정교한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다. 너트가 완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크루가 신호를 보내면, 드라이버는 주행 중 바퀴가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여러 그랑프리에서 휠너트 미체결로 인한 리타이어나 안전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고, 이 때문에 현재는 각 휠건과 너트 체결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 그리고 모든 바퀴의 신호가 초록불로 들어와야만 출발 신호가 켜지는 전자 시스템이 함께 도입돼 있다. 즉 1.8초라는 기록은 순수한 손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기계 설계와 전자 안전장치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정리
F1 피트스탑의 속도는 크루의 반사신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단일 중앙 너트 구조, 좌우 반대 방향 나사산, 극단적으로 짧은 체결 구간, 그리고 순간 최대 토크를 뽑아내는 임팩트 방식 에어건까지, 모든 요소가 ‘가장 적은 회전으로 가장 빠르게, 가장 안전하게 조인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설계돼 있다. 다음에 피트스탑 장면을 볼 때는 크루의 손놀림뿐 아니라, 그 손에 들린 도구와 너트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공학적 디테일도 함께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