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드라이버는 레이스 내내 좌석에 앉아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신체 부담은 마라톤 선수 못지않다. 레이스 중 평균 심박수는 170bpm 안팎을 유지하고, 특정 구간에서는 최대 190bpm까지 치솟는다. 90분 가까이 이 수치를 이어가는 셈인데, 이는 일반인이 전력 질주할 때나 도달하는 심박수 구간을 F1 드라이버는 레이스 내내 유지한다는 뜻이다. 왜 단순히 운전만 하는데도 심박수가 이렇게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첫 번째 원인: 지속적인 중력가속도 부하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중력가속도 부하다. 코너링 구간에서 드라이버 몸에 가해지는 횡가속도는 5~6G에 이른다. 체중이 75kg인 드라이버라면 코너링 중 순간적으로 450kg에 달하는 무게가 몸을 짓누르는 셈이다. 여기에 40kg에 육박하는 헬멧 무게까지 목과 상체 근육이 그대로 버텨내야 한다. 이 부하를 코너마다 반복해서 받아내려면 목, 어깨, 코어 근육이 끊임없이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는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두 번째 원인: 극심한 캐빈 내부 열기
콕핏 내부 온도는 레이스 중 6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흔하다. 방화복과 헬멧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이런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 조절을 위해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피부 쪽으로 보내야 하고, 이는 곧 심박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F1 드라이버는 한 경기에 평균 2~3kg, 싱가포르처럼 고온다습한 서킷에서는 최대 4kg까지 체중이 줄어드는데, 대부분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다.
세 번째 원인: 정신적 긴장과 인지 부하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다른 차량과 불과 수십 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은 신체가 실제 위협으로 인식하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심박수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호르몬이다. 여기에 브레이킹 포인트, 기어 변속, 무선 교신, 계기판 확인까지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인지 부하까지 겹치면서 심박수는 물리적 운동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심박수는 팀에게도 중요한 모니터링 지표
드라이버는 레이스 중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센서를 몸에 부착하며, 이 데이터는 텔레메트리와 함께 실시간으로 팀 피트월로 전송된다. 팀 닥터와 퍼포먼스 코치는 이 데이터를 통해 드라이버가 특정 구간에서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지, 혹은 장거리 레이스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 저하 신호가 나타나는지를 파악한다. 만약 심박수 패턴이 평소와 다르게 흐른다면, 이는 단순한 피로일 수도 있지만 드물게는 탈수나 열사병 초기 증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어 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진다.
서킷마다 달라지는 부담
싱가포르 그랑프리처럼 고온다습한 시가지 서킷은 냉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콕핏 구조 때문에 체감 부담이 가장 큰 레이스로 꼽힌다. 반면 몬자처럼 직선이 길고 코너가 적은 서킷에서는 물리적 G포스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고속 주행에 따른 긴장도는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이런 서킷별 차이 때문에 드라이버와 팀은 매 그랑프리마다 다른 강도의 신체적, 정신적 준비를 하게 된다.
정리
F1 드라이버의 심박수 190bpm은 단순한 흥분 상태가 아니라, 중력가속도와 고온, 심리적 긴장이 동시에 겹쳐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신체 반응이다. 겉으로는 침착하게 운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앞두고 전력 질주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부담을 90분 가까이 견디고 있는 셈이다.